1. 런던 생활
오늘은 하이드 파크에
백조 먹이 주러 가는 날입니다.
지하철 타고 피카델리 스트릿까지 온 김에
아이들과 구경에 나섭니다.
오전이다 보니 한산 해요.
세일 한다는 캐스 키드슨 매장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나이 9세 딸냄은 신나고
7세 아들냄은 팔짱을 끼네요.
다행이 어린이 코너에 이층버스 모형과
앉을 자리가 있어,
너는 좀 쉬고 있으라고 일렀습니다 ㅎㅎ
딸 아이는 크로스백을 갖고 싶어 합니다.
Made in Vietnam 이네요!
저희 가족은 '13년-'18년 하노이에 살았습니다.
캐스 키드슨 짝퉁? 로쓰? 파는
한인타운의 가게는
저희집에서 좀 멀었음에도 종종 가는 곳이었습니다.
가방은 그래서 세일을 해도
선뜻 사지지가 않네요 ㅎㅎ
저는 휴대용 보온컵을 고르고
딸냄은 Music box를 골랐습니다.
6월에 아이 생일이거든요.
할머니께 받은 돈으로 사는 것이라고
인사드리라고 했습니다.
장화 있냐고 물으니
이미 솔드아웃이랍니다.
저희 쇼핑리스트 상단에 장화인데!
Madrie가 고른 뮤직박스도
2개가 남아 있는데
하나는 유니콘 Horn이 부러졌고
다른 하나는 태엽 손잡이가 없었어요.
일본인(들이 확실히 많이 오나봅니다!) 점원에게
이야기하니,
유니콘이 상한 상자에서
태엽이 떨어지려나, 요리조리 만져보더니
빼서 딸이 고른 보석함에 달아줍니다 ㅎㅎ
"This was very popular" 라며.
덧붙임)
여름 세일이 끝나갈 무렵인
7월 말에
지나가면서 또 들리니
아이들 옷이 눈에 들어왔어요.
70% 세일!
입혀 보니 너무 예뻐서
딱 맞는 7-8세에
9-10세까지 업어왔습니다 ㅎㅎ
나나 할미께서
친정 톡방에 올리는 아이들 사진에서
신상을 알아보시고는
페이스톡하면서 새 원피스 이쁘다고 하시니
신나서
방에서 꺼내 오던 우리 딸.
사춘기 되기 전에
이런 모습들 많이 즐겨두겠습니다...
피카델리 매장의
옷 입어 볼 수 있는 공간이 널찍하고 좋으니
엄마랑 세트로 입어볼까?
모녀는 신이 나서
어른 원피스도 입어 보았는데
똑같은 런던 명물 원단으로
만든 원피스는
남아 있는 사이즈가 제게 작아서...
결국 위 강아지 프린트 원피스 샀어요.
어른 옷은 50% 세일해서 6만원 정도.
길이가 제 기존 원피스보다
길어서 편하네요.
그러니 계속 손이 가요.
미니원피스 입던 시절은...
제게 이제 끝났나봅니다.
2. 동시통역사 엄마
암튼 캐스키드슨 매장의
인상적이었던 일본 직원!
일본 사람이 그러니
왜 이리 subversive 한가요;;
일본 강제징용 배상 청구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온 의견을 거스르고
각하한 이번 판결문에서
"서방세계의 대표 국가인 일본이"에서
귀를 의심했지만
나라의 위상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제가 만난 개개인의 일본(대부분 엄마)는
매사에 최선을 기울이며
항상 반듯하게
(조식장에 아침 7시에
아이들 대동하고 내려올 때도
곱게 단장을 마치고)
절대 폐 끼칠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일본 억양 짙은 영어 구사하는
점원이 매장 진열 상품을
임의로 망가뜨리는 걸 보자니
몬가 리프레싱한 맛이 있었다는 거 ㅎㅎ
학부 때
동아시아 문화의 이해 시간에
《국화와 칼》을 읽었습니다.
교수님 연구에 필요한 책이었을까요...
2차세계 대전 당시
적국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미 국방부가
문화인류학자에게 커미션 주어
쓴 책을...
21세기 초에 왜 한국 대학생들이
읽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미국인 학자가
"일본은 역사 동안
필요에 따라
아시아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탈아시아를 하기도 했다"는
문장이 신선했어요.
왜냐면 제게 일본의 탈아시아는
근대화에 먼저 성공하여
20세기 초에 한번 한 것이었는데
천년 내도록 그래왔다는 거였거든요.
그리고 그 탈아입구가
진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극우만의 세계관인지
일본 사람들이 공유하는 마인드인지 궁금해요...
저희는 이제 9번 이층버스를 타고
Hyde Park로 향합니다.
드넓은 녹지에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페이스톡하며
이른 생일선물 언박싱 해드리는
손녀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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