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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여성클럽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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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절

화요일마다 동네 식당에서

브리지(Contract Bridge)라는

사모들의 카드 게임을 했습니다.

West Lake, Hanoi

영국인/뉴질랜드인/호주인인

Bridge 게임 멤버들은

차 한 잔을 시켜도

최소 두 문장이에요.

 

"I'd like tea with milk on the side."

 

"I'd like espresso in a large mug."

 

"Would you bring the pitcher of water?

I would be easier."

 

불쌍한 웨이터.

오케이라고 입은 말하고 있지만

못 알아들은 것이 자명.

 

재 주문도 

Right off the menu는 아니지만

최대한 심플하게 이야기해줍니다.

 

"Strawberry smootie. No sugar."

 

물론 저도 

"I'd like a strawberry smoothie,

and no added sugar, please"라고

고상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웨이터가 못 알아들을 가능성만 높아진다는 거.

 

이 배려를 마스터한 서양인은 참 드뭅니다.

저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장의 앞을 놓치면

리스닝에 난항을 겪는다는 것을

삼성전자 부회장님 교습하며 깨달았습니다.

 

교양인으로서 붙는 "I'd like to~"

사실 사족이기 때문에

실제로 원어민 발음은 뭉개져서 나옵니다.

그게 절대 안 들린다는 거...

별 것 아닌데

"머지?" 생각하는 순간

몇 개 되지 않는 주요 명사까지 놓쳐버립니다.

녹차호떡 믹스로 지져서 Morning tea 차리고, Afternoon tea가 그대로 Cocktail hour로 흐르는 코로나 시대, 이 글을 옮기는 시점

다음은 문화적 이해의 부재다.

그녀는 어떤 차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잖아요...?

서양인이 "차 마시자" 하며

홍차를 생각하는 겁니다.

웨이터의 뇌리는

레스토랑에서 가능한 갖가지

녹차, 홍차, 허브차가 스쳐갔겠지.

게다가 핫인가 콜드인가.

사실 손님이 원한 것은

그냥 따뜻한 립톤티였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

그리고 그녀에게 우유란 옵션은 필수.

한국 스타벅스에서처럼

잉글리쉬브랙퍼스트티를 

한 잔의 완성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 세팅해 놓고

그 순간의 내 기분에 따라

우유를 가미해 마시겠다는 거지요.

이렇게 말이에요~ (테이블보 대신 전지가 깔려 있는 이 식당은 브리지 게이머들을 위한 공간 같았습니다 ㅎㅎ)

컵의 크기를 명시한 다른 그녀는

조금 더 밉상.

웨이터는 상상조차 못 했을 거예요.

에스프레소 한 잔 뽑아 달라는 거긴 한데,

에스프레소 잔인지 머그잔인지를

따질 수 있다는 것을 ㅎㅎ;;

 

마지막으로 생수 따르겠다고

계속 우리 테이블 근처를 얼쩡이지 말고

그냥 Pitcher 체로 들고 오라던 3번 그녀는

나름 배려였는데,

웨이터는 이미 멘붕.

 

결국 그녀들은 나오면서

상주하는 호주인 매니저에게

주문 4개 중 3개는 뻑났다고 했고

커피값을 면제받았네요.

(저는 너무 재빠르게 지불하는 바람에

스무디값 냈음요 ㅋㅋ)

저도 as much as the next person, 음식 담긴 proper 용기 따지는 사람인데 말이죠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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